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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자

조드망 2016. 12. 24. 19:35








 

 

 

처음 여지도 없이 풀려버린 것은 장정 하루를 일과해도 온전하던 자신의 두 다리였다. 그것은 과연 여러 번의 총성과 함께 짐짓 비틀거리던 동료가 힘없이 쓰러지던 것으로, 시초는 그것을 그의 부하로 여기며 단순한 애도를 표하였으나 재차 넘어본 시선으로는 자신의 오랜 동료가 이를테면 시체처럼 미동도 없이 바닥에 기대어 있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두 번째로 풀린 것은 이성으로, 나름 논리적으로 행하고 있던 행동들은 전부 어긋나는 채로 여전히 잔류하고 있던 그의 부하들을 방치하고서 쓰러진 그를 안아 무작정 인근의 병원으로 달음박질을 하였다. 실정 인근이라고 하여도 길을 몰라 헤매는 사이 최소한 십 분 가량의 시간이 낭비되었으며, 그를 건네는 사이 들리는 풍문으로는 과연 좋지 않은 이야기들만이 난무하여 결국 오다는 벽에 기대어 주저앉은 채 망연한 얼굴로 자신의 오른팔을 내려다보았다. 그것은 직전까지 그의 출혈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함으로 머리를 지지하던 흔적으로, 이미 세제로도 지워지지 않을 거뭇한 자국이 남아 적막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자세한 사항은 결코 듣지 않았다. 그간 며칠 가량을 철야한 것인지 면밀하게 보고하는 의사의 얼굴은 이미 노곤하며 생기가 없어 도리어 아픈 사람처럼 보였으나, 그것은 전혀 자신에게 신경 쓸 요건이 되지 못하였다. 마치 소년이 살아있는 것을 기적이라 기준하며 안경을 고쳐 쓰던 의사의 발언을 마지막으로 오다는 덜컥 병실의 문을 열고 들어섰으며, 이윽고 소리를 따라 느긋이 고갯짓을 하는 다자이를 발견하여 안도감으로 벅차 채 몇 걸음을 가지 못하고서 주저앉았다. 자네의 그런 표정도 볼 수 있다니, 아직은 살만하군. 일말 당황한 듯 주저앉던 그에게로 손을 뻗던 찰나였으나 이내 조곤한 웃음을 터뜨리며 대화하는 이를 통해, 겨우 안심하던 오다는 뒤이어 병실의 내부로 들어서는 이들을 향하여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여전히 할 말이 남아있는 듯한 주치의의 표정은 점차 굳어가는 기색으로, 결국은 그를 병실로부터 한참을 벗어난 복도로 이끌며 그것에 관한 여러 경박한 이야기를 서술하였다.

 

 

 




 

 



두 발의 전도탄에 의한 광배근의 중상과 더불어 가까스로 내부의 신경을 지나친 총알에 의하여 한 달 가량을 가까이 수면으로만 일관하던 이는 자신이 어째서 중상을 입고 쓰러졌는지에 관한 의구심으로만 가득 차 있을 뿐 그의 관계상 직무는 이미 소실되어 버린 듯 하였다. 늘 남다른 공적을 쌓아오던 인물이 돌연 기억을 상실한 채 돌아오기를 목격하며 극히 이례적인 일에 당황한 듯 조직의 내부가 술렁이는 기색이었으니, 용케 보스가 앞서 다자이에게 목적을 언급하며 기억 소실의 사례에도 합류할 것을 권고하였으나 다자이는 그저 몹시 부정적인 표정으로 대답을 함구하였다. 그러나 결코 그것을 방관할 리 만무한 보스가 그를 호출하고서 지시를 번복하기를, 그것은 과연 한 달 하고도 남짓한 절반가량의 기간 동안 그를 조직의 내부로 재차 발걸음 할 수 있기를 촉구하는 것이었다. 말단 조직원에 불구한 그가 절대적인 보스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은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문득 승낙하였으나 인색은 과연 앞서지 않는 것이 자신의 남은 도의였다.

 

 



유별나군. 짐작 가는 게 없어.”

.”

혹시 내가 다른 이의 삶을 살고 있는건가?”

 

 



아니야, 그건 절대로. 마치 스스로를 원망하듯 낮게 떨리는 음성에 결코 부정하여 대답하던 오다는 이내 변명마저 함구한 채로 침대에 기대어 곧장 상념에 잠기는 이를 바라보았다. 여전한 두통으로 여러 번 얼굴을 찡그리던 소년은 애써 자약한 웃음을 짓고 있었으나 결코 본인이 감각하는 심란함을 감추지는 못하는 듯 하였다. 실정 뇌진탕으로 인하여 누군가의 일생을 번복하게 되었다는 나름 비논리적인 의사의 발언에 의하여도 다자이의 공백은 누군가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여전히 크고 공허하였으며, 가끔 지나치게 얽힌 관계에 관하여 줄곧 불쾌해할 뿐 결코 그의 감정적 범위에 관하여 이해할 수 있는 이는 대부분 존재하지 않았다. 오다는 직전 누군가를 노려보듯 일관하였으나 어느새 천진한 얼굴로 창가 너머를 응시하는 소년의 이름을 호칭하였다. 창가 너머로도 과연 자신의 흥미를 끌만한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무료한 표정으로 이를 내려다보던 다자이는 마치 나가자고 재촉하는 마냥 낯선 휠체어를 꺼내어 들어선 오다를 발견하며 돌연 흥미로운 듯 턱을 괴던 손의 거동을 점차 거두었다.

 

 



일상을 지내면서 단 한 번을 마주할까 하는 낯선 거리였으나, 다자이는 곧장 인적이 드문 곳의 위치한 가게의 이름마저 상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적막하며 지루한 거리를 단 둘이서 오고가며 소년 혼자만이 날조된 추억을 얼추 회상하고 있을 즈음 문득 흥미를 잃은 듯 주변을 방황하던 그의 이목은 점차 인적이 차츰 들어선 공원의 내부로 향하였다. 그 중 그는 유독 먹이를 따라 여럿 날갯짓을 하던 비둘기들을 바라보았으며, 이내는 무작정 오다를 설득하여 그들을 내쫓듯 달려 여가를 즐기는 이들의 가까이까지 홀연 진입하였다. 오다는 마치 다른 세상을 마주한 듯이 천천히 주위를 살피었으며 이내 고개를 위로 젖힌 채 마냥 천진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다자이를 향해 모호한 웃음을 지었다. 무언가 먹고 싶군! 과장스럽게 웃음을 짓고서 앞을 향해 손을 뻗는 소년을 보며, 오다는 간만 여유로운 안락감을 느끼는 듯 하였다. 좋아, 간만에 달려볼까. 마치 오토바이를 정비하듯 입술 사이로 부산스러운 소리를 내던 인물은, 곧장 속력을 내어 달리기 시작하였다. 마침내 한참을 달리고서 막다른 길에 이르러 질주를 멈추는 데까지, 다자이는 유일히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그동안을 일관하였다.

 

 




 

 

 



당일에 따라 운수는 지독히도 형편이 없었다. 이를테면 예보에서 보도하는 날씨를 믿고서 우산을 챙기지 않았으나 줄곧 폭우가 내린다던가, 근처의 마트에서 우산을 구매하여 길을 나서마자 웅덩이를 밟으며 바지의 밑단을 버린다던가. 이윽고 용케 들어선 병원으로는 잠시 업무를 보던 중 유난히 아끼던 손목시계가 벽과 충돌하며 부서지니, 도무지 단순한 불운이라고는 더 이상 생각지 않게 되는 것이었다. 하여 오다는 병실을 들어서기 직전 처마의 아래로 묵묵히 쏟아지는 빗줄기를 우러러보는 채 궂은 담배를 태웠으며, 직후 유난히 담배 냄새를 불쾌히 여기는 소년을 위해 자판기에서 여럿 그가 좋아할만한 음료를 들고서 이내 병실의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나 그 내부는 과연 그가 자주 기대어있던 침대마저 사라진 채로 적막하게 비어있어, 돌연 낭패를 경험한 오다가 생각을 정리하여 곧장 행동에 이르기까지는 일말의 시간이 조금 필요하였다.

 

 



발작을 했다고 하더군. 과연 내가.”

 

 



여전히 자약한 기색으로 일관하는 소년이었으나 그 말은 실정 사실이었는지, 그의 환자복 상의로는 미처 지우지 못한 유혈들로 일부 얼룩져 있었다. 돌연 사라진 인물에 의하여 방정맞게 내부를 뛰어다녔던 자신은 과연 무엇이 되는 것인지 일말의 수치심에 관하여 연신 헛기침을 연사하고서 식어버린 음료를 들이키던 즈음, 침대에 누워 한참 미동하지 않던 소년은 돌연 몸을 일으키며 팔을 돌려세운 채 자신의 혈액을 역류시켰다. 뭐하는 거야!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이가 놀라 그를 제지하려 하자, 직전의 천진한 표정과 상반되어 과연 이전의 냉랭한 기색으로 오다를 일관하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광경으로서 오다는 평상 느끼지 못한 두려움을 감각하였으며, 이내 아무런 언사도 하지 못한 채 그를 대치하는 기색으로 잠자코 거리를 두었다.

 

 



쓰러진 사이 꿈을 꾸었지. 그건 명백한 나의 꿈이었어.”

.”

이제부터 자네의 직종을 물어보지. 그리고 자네에 관한 것도.”

 



 

아뿔싸. 미처 예상하지 못한 기상천외한 질의에 결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던 사내는 과연 미동조차 하지 못하고서 연신 시선을 방황하였다. 의사가 덧붙였던 특이점이란 이런 것이었던가. 오다는 근심에 차츰 둔해지는 머리를 최대한 공상하며 대답하기를 늦추었으나 시선은 이미 한참 안색이 변한 다자이를 바라보는 채로 결코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오다는 결국 홀로 무언가를 결심하는 채 이내 천천히 소년에게 근접하여 돌연 그의 팔뚝을 붙잡으니, 과연 그 악력에 침대에 주저앉아 머리를 부딪히던 다자이는 오히려 망연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대답을 촉구하듯 잠자코 반항하지 않았다. 고집은 이전과 똑같은데. 그의 온전한 태도에 도리어 당황하고서 어느새 식은땀마저 흘리던 이는 이내 결심한 듯 소년에게로 여러 대화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과연 그것 중 일부는 거짓으로 날조된 것으로, 오다는 결코 그의 오래된 직분을 드러내지 않고서 오히려 다자이에게 새로운 명분을 쥐어주고 있었다.

 

 

 




 -

­


 

이를테면 바다로 한 번 가볼까.”

바다?”

, 친구가 된 자네와는 어디라도 괜찮으니.”

 



 

상관없다면 정글도 괜찮은데 말이야. 힘없이 침대맡에 머리를 기대고 누워 실소하는 그를 바라보며 오다 역시 여지없이 헛웃음을 피우는 채로 이내 병실의 벽에 등을 기대었다. 이미 지친 듯 기진하여 한참을 움직이지 않던 소년은 어느새 창가 너머로 드리우는 월광을 바라보는 채로 독백하였으며, 이윽고 홀로 손을 뻗어 달을 움켜쥐는 시늉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것으로 적막감을 달래는 듯 하였다. 당일 존재했던 비운과 그의 소동으로 이미 몸은 노곤하게 지쳐 움직일 겨를이 없는 탓에 고작 오다는 그의 행동들을 면밀하게 지켜보며 남은 일과를 보내는 것으로 휴식을 대신하고 있었으니, 이후로도 여력이 남지를 않는다면 잔류하여 병실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것마저 일부 고려하고 있었다.

 



 

그 이전에 남는 이불이라도 얻어오지. 여전히 창가 너머를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 그에게 대꾸하던 이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서 병실 문의 가까이로 들어섰으나, 직후 그의 이름을 연호하던 다자이는 여전히 천진한 얼굴로 일관한 채로 자신의 침대맡을 여러 번 두드렸다. 억지잖아. 그의 요구를 들어줄 용의는 아니었으나 나서는 것을 포기하고서 재차 병실에 들어선 오다는 이내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괸 채 잠시 두 눈을 감았다. 자네는 그런 누추한 곳도 마다하지 않는군. 과연 우스갯소리로 일관하며 소년은 모호한 웃음을 자아냈으나, 오다는 전혀 개의치 않은 채 일말 고개를 끄덕이며 혼자만의 공상에 빠져들었다. 다자이는 미동이 없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 재차 창가로 시선을 좌우하였으며, 여전히 두통으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애써 무마하려는 채 두 눈을 감았다.

 



 

있잖아. 자네의 말대로 내가 정말 학생이라면,”

사람 말을 형편없이 못 믿는군.”

, 아니. 그건 아니야.”

 

 



하지만 자네는 정말 거짓말을 못하는 성격이지. 병실의 작은 장롱에 기대어 곱게 개어진 자신의 정장을 바라보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대화를 함구하던 이는 이내 누군가를 의식하는 듯 과장된 콧소리를 내며 침대에 몸을 기대었다. 어릴 적부터 줄곧 학교를 방황하던 학생과 소설가를 지향하는 평범한 학교 교사. 나름 독특한 대답을 추구하던 소년에게는 이례적인 대답으로서, 재차 그에게로 같은 대답을 바라는 채로 다자이는 홀로 절대적인 흥미를 감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의 이질적인 행복을 바라는 오다에 의하여 그 일부가 변질되었으며, 본연의 기억 상으로 정해져있던 직분을 바꾸어 결국 배반을 자처한 그의 행동은 과연 소년에게 경이로움을 감각시켰기에 소년은 더 이상 자신이 행하던 작위적인 행동을 무마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자신은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그러나 그 해답은 무척이나 간단하여 오히려 생각하려 뜸을 들인다면 도리어 그것이 우스울 정도로, 곧장 잠이 들 듯 고개를 비척거리는 이를 보며 웃음 짓던 이는 이내 오다의 이름을 호칭하였다.

 



 

만약 내가 금일로 퇴원하게 된다면, 나는 다시 학교에 갈 수 있는건가?”

그렇겠지.”

자네는 다시 선생이 되는 것이고.”

 



 

그렇군. 일말 대답하기를 주저하며 짐짓 망설이던 이가 흘긋 고개를 들어 소년이 있는 곳을 향하자, 소년은 이내 자신에게서 등을 돌린 채 창가에 몸을 기대어 망연한 창 밖 너머를 홀연 바라보고 있었다. 낮과는 상반되어 해가 지면 제법 추워지던 날씨에 벽에 기대어 미동조차 하지 않던 오다는 어느새 그의 곁으로 향하여 창가와의 거리를 벌린 뒤 창문을 굳게 걸어 잠그었다. 칠칠치 못하게 추위를 타는건가? 그의 손길에 의해 밀려나면서도 장난기가 가득한 얼굴로서 은근히 놀리는 듯 하던 소년이 오다를 바라보자, 일말 한숨을 짓던 그는 이내 손을 들어 정리되지 않은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일찍 자야 내일이 올텐데. 여전히 다리를 떠는 채로 거동이 불편한 소년을 품에 안아 침대에 몸을 뉘이던 오다는 어린 아이마냥 짓궂게 발버둥을 치는 그의 가슴께 높이로 이불을 덮어주고서야 재차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일말의 기침을 반복하던 소년도 점차 숙연해지는 기색으로서 여러 번 그의 안정을 확인하던 오다는 이내 차갑게 식은 바닥으로 몸을 뉘었다.

 

 



있잖아, 그동안 자네와 지내며 나는 너무 과분하고 평범한 일상을 지냈어.”

그렇지. 우리는 평범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난 이렇게 생각해. 결코 우리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소년의 발언을 듣고서 오다는 과연 그동안 짐짓조차 느끼지 못하였던 감정들을 절실히 감각하는 것만 같았다. 마치 일전부터 모든 상황을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 묵인하는 소년에게서 일말의 위화감을 느낀 이가 덜컥 소년을 바라보았으나, 소년은 여전히 천장을 응시하는 채 마치 무언가를 회상하는 듯이 좀체 이해할 수 없을 독백을 홀로 중얼거렸다. 그가 바라는 평범한 일상은 과연 무엇일까. 혹여나 오래 전 이미 그의 기억이 돌아온 것은 아니며 그럼에도 타인의 안위를 위하여 거짓으로 일관하는 것은 아닌지. 그러나 도리어 자신이 그동안 안일하게 소년을 독단적인 인물이라 단정하며 여전히 어린 그를 배재하려 한 것인가에 대한 자책감마저 문득 들기 시작하자, 오다는 그 이상을 참을 수 없어 분개하는 채 삽시 다자이의 이름을 외쳤다. 하지만 이내 몹시 단호한 인색의 소년마저 그의 이름을 불러서며 고개를 돌리자, 일시 본분마저 망각하고서 놀라 그를 마주하던 오다는 직후 밝게 웃음 짓는 채 자신을 바라보는 다자이에게서 마치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감정을 감각하였다.

 



 

학교에 가고 싶어.”

갈 수 있어.”

자네와 평범한 일상을 살고 싶어.”

 

 



결국 당일은 지독히도 과분하고 벅찬 비운이 함께하여, 그 이후로는 결코 안이함을 감각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오래 전부터 마련한 손목시계는 멋진 금과 함께 박살이 나버렸으며, 차마 그쳤으나 여전히 추적한 외부는 마음마저 가라앉히는 듯 침울하였다. 이윽고 다자이는 어느샌가 돌연 많은 기억을 회수하였으니, 오다는 의도와 다를 법 하였으나 마치 누군가를 통찰하듯 침대에 기대어 앉은 다자이를 주시하였다. 무엇이 그리도 무기력하였던 소년을 벅차게 만드는 것일까. 한참을 생각하여 그에게로 논리적인 결론을 도출하고자 노력하였으나 실상 그것은 과연 지극히 사소한 것으로, 다자이는 자신이 몰입하였던 타인의 기억과 일전 나섰던 거리의 일말의 것들을 마음에 두고 있던 것이었다.

 

 



소년은 언젠가 말하였다. 오다 사쿠노스케란 지극히 정성적인 인물이며 그러하기에 도리어 거절할 줄을 모르는 사내라고. 오래 전부터 이러한 소년의 예상은 빗나가는 바가 없이, 만일 관여가 없는 타인이 듣는다면 들을 가치가 없다고 지적하는 채 도리어 화를 낼 언사를 오다는 결국 승낙하고 있는 것이었다. 도망가자, 어디든지. 어느새 소년의 곁으로 들어서 창가의 블라인드를 가장 밑 하단까지 내리던 오다는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은 듯 지친 기색으로 바닥에 몸을 뉘며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제법 흡족해 할 기색이었으나 안색은 전혀 변한 바가 없이 냉랭하여 그의 등을 곧이 바라보던 소년은 아무런 반응 없이 재차 침대에 누운 채 잠에 든 것처럼 미동하지 않았으나, 이따금 조소가 서린 잔웃음을 제법 여럿 내뱉는 채 홀로 독백하다 이내는 점차 고른 숨을 내뱉었다. 누가 누구를 위안한다고. 결코 이러한 상념들을 감추지 않는 채 공상하던 오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는 채로 하늘을 향하여 손을 뻗었다. 과연 달라질 것이 없을 일상인가. 노곤함에 미처 손을 거둘 생각조차 하지 아니한 채 눈을 감던 오다는 결국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마침내 이를 바라보는 자는 병실 내부에 아무도 존재하지 않아 끝내는 간만의 평화가 찾아온 것처럼 몹시 잠적한 분위기만이 잔류하였다.

 

 

 





 

 


정확히는 석 달 가량의 시간이 존재하는 셈이었다. 여전히 낯선 휠체어를 끌고서 거동하지 않는다면 얼마 걷지를 못하며 불평을 하고는 하였으니, 오다가 휠체어를 쥐고 이끄는 이래 다자이는 마치 어린 아이라도 된 마냥 들뜬 채로 유난히 나서는 것을 즐기는 기색이었다. 그러나 일상을 지나치며 결국 상부와 약조하였던 한 달 남짓의 시간이 흐르니 결과는 언급할 의의도 없이 극악으로서 그는 모든 경우를 어렴풋 각오하고 있었으나 오히려 상반되어 짐짓 태연하던 인물은 오다의 말을 희롱하듯 수긍하며 이전의 명령들을 새로이 번복하였다. 공원에서의 자네들 꽤나 즐거웠을 텐데 말이야. 이미 한 치 앞에서 모든 것을 내다보는 듯한 기색으로 대화하는 그를 통하여 더 이상 일상을 감출 가치를 느끼지 못한 오다가 이윽고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자, 마치 이들의 관계가 흥미로운 듯 연신 비소를 하는 채로 긍정하던 오가이는 이내 돌아가도 좋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좌석에 주저앉았다. 모리 오가이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나름 숨기고자 필사적이었던 것들을 일말의 어려움도 없이 납득한 그들을 통하여 일부 두려움을 느낀 그가 애써 자약한 행동으로 돌아서는 채 집무실의 출입문 가까이로 임박하자, 과연 그를 향하여 대꾸하는 오가이의 언사에 결코 대답하지 않고서 재차 외부로 걸음을 향하였다. 다자이 군은 세 달 뒤 다시 회수하도록 하지. 그가 집무실을 나서기 직전 향하였던 대화는 결국 그에게서 두 가지를 선포하는 것으로, 미처 생각하지 않으려 고개를 젓던 이는 이내 건물의 출입문에서 줄곧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잠자코 몸을 늘이는 소년의 앞에서 점차 걸음을 멈추었다.

 



소년은 누차 자신을 의식하는 조직원들을 향하여 천진하게 약을 올리다 이윽고 오다를 발견하고서 웃음을 피웠으며 곧장 휠을 돌려 걸음을 옮기는 오다의 곁으로 나란히 걸음 하였다. 잠자코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고 있었으나 유난히 들뜬 기색을 하고 있던 소년에게는 막상 깊게 발걸음하지 않으면 누군가는 알아차리지 못할 위화감이 느껴지고 있었으며, 결코 이를 내색하지 않던 오다는 인근의 강가를 향하여 신나게 손을 흔드는 다자이를 무작정 이끌고서 달리기 시작하였다. 맛있는 것이 먹고 싶군! 신이 난 듯 주저하지 않고서 달리는 탓에 소리는 점차 바람결에 뭉개지며 어렴풋할 법 하였으나, 이미 오래 전 그의 대화를 짐작한 듯 물둑을 따라 달리던 오다는 흥에 겨워 주체할 수 없는 소리를 내지르는 채 수긍하였다. 앞으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으니까. 삽시 그에게서 울음이 섞인 듯 먹먹한 음성이 들리는 듯 하여 문득 다자이는 고개를 들었으나 표정은 마치 전적이 없다는 듯 여전히 벅찬 기색이니, 바람에 날아갈 듯한 머리를 겨우 짓누른 채 이내 다시 정면을 바라보던 소년은 모호한 웃음을 짓는 채로 서서히 두 눈을 감았다. 당일은 찬바람이 유난히도 기승을 부리던 날로써, 그들의 기분은 마치 천지 악을 뚫고 들어서는 듯 극악에 달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