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츠다자
* 어릴 적 꾸었던 꿈을 다시 꾸게 되어 각색했습니다.
그 결과로 뒤죽박죽에 조금 난잡해요… T
한번은 지나치다 문득 바라보았던 버드나무를 두 번을 마주한다 하여 자약하고 무시하며 그저 지나칠 수 있겠는가. 실상은 여지가 가능하고도 무수한 일이었으나 만사에 호기심이 가득한 장정 열두 살은 바람결에 버드나무 한 잎이 흔들려도 그것이 위태롭다 단언하며 한참을 주시하는 천연하고도 단순한 인물이었다. 소년은 벌써 어엿 성장하여 불과 내년에는 최근 근심하고 있던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으나 한편으로는 여전히 어린 아이에 불과하였기에 길을 노닐던 와중에는 필히 한두 개는 밟혀 꺾여있는 나뭇가지를 손에 쥐고서 활달한 모험 놀이를 하며 비록 홀로임에도 주변을 탐색하며 왁자지껄 웃음을 멎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용감한 소년은 당일도 즐거운 행색으로 연신 콧노래를 부르며 양팔을 가볍게 휘젓는 채 집으로 귀가하고 있었는데, 별안간 자신의 너머로부터 강한 기세의 바람이 불어오며 걸음을 방해하자 소년은 도리어 바닥으로 주저앉으며 일말 고통에 앓는 소리를 짓궂게도 여럿 내뱉었다.
그러나 여간 거세게 불어온 바람으로 피해를 본 사람은 소년뿐만이 아닌지, 자신은 어엿 성장한 강한 남자라 생각하며 단연 그친 신음에도 어쩐지 자신의 근린으로는 타인의 불쾌어린 투정이 누차 귓가 바로 가까이로 노곤히 울려 퍼졌다. 과연 행적 모를 타인의 불평으로 몹시도 당황한 듯한 소년은 다행히도 주변을 뒹굴 나뭇가지를 다시 주워 주변을 살폈으나 이윽고 타인의 음석은 탐색하는 소년을 방관하고 있는 듯한 기색을 하고서 서서히 소년의 이름을 연호하는 이래 하늘을 바라볼 것을 권고하고 있는 정황이었다. 그것으로 소년은 여전히 너머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날아갈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바닥으로 짓누르며 어느새 하늘을 바라보았으니, 소년이 바라볼 시선에 위치한 것은 이 지역에 들어 가장 큰 나무라 하던 위치에 마치 자신의 동급생 정도가 될 법한 아이가 우두커니 자리하여 자신을 우스운 듯 바라보고 있는 단지 낯선 광경뿐이었다. 한참 낯선 아이는 버젓이 둘만이 남아있는 광경임에도 소리를 낸 것이 자신이 아니라 은밀히 주장하며 한편으로는 돌연 자신의 뒤편에 무언가를 가리켰는데, 과연 그가 가리켰던 것은 일말 거세게 불어온 바람을 원인으로 지나치지 못하고 나뭇가지에 걸쳐진 여러 개의 잔류물들이었다.
“고마워.”
결국은 닿지도 않을 거리를 도약하기 위해 한참을 분주하던 탓에 소년은 곧장 지쳐 줄곧 쥐고 있던 나뭇가지를 놓아버리며 바닥으로 재차 주저앉았다. 유난히 그의 곁에서 누차 고생하던 소년을 도와줄 법도 하였던 그는 어째서인지 소년이 자신의 부탁을 완결함에 따라 웃으며 감사의 안부를 건네었는데, 만남 직후 생김새를 그다지 가늠하지 않던 지라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으나 대상은 선명해야 할 형체가 희미하여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은 심상으로 도리어 소년에게 새로운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그것으로 즉시 소년은 괴성을 지르며 제자리로부터 대차게 달음박질을 하였으나 결국 그의 심성은 무언가를 경청할 겨를도 없이 벗어난 그에 대한 미안함으로 섣불리 판단한 것을 반성하며 곧바로 걸음을 돌려선 채 어엿한 나무로 재차 다가섰으니, 어쩌면 소년이 돌아서 다가올 것을 짐작이라도 하였는지 한참 익숙한 낯빛으로 바라보고 있던 이는 이내 손바닥을 내저으며 소년에게로 인사를 건네었다. 그는 이윽고 자신이 해당한 나무에 지박하고 있는 박령인 것을 소개하며, 여간 겁을 먹고서 연이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를 향해 마냥 천진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사람이 약 백 년의 시간을 거쳐 노화하듯이 결국 자연도 섭리에 따라 순환하며 탄생을 반복한다. 나무에 매달려 한참을 분주하던 이는 제법 귀찮음을 무마하여 꾸준히 소년에게 설명하는 기색이었지만 결국 소년은 이해하지 못하였으나 납득한 척 한참을 무의미한 고갯짓만을 번복하며 나름 대화에 주목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상의 대화에는 아직 소년이 깨닫지 못할 역변과 그에 대한 분노가 포함되어 있었으니, 소년은 대화를 듣던 와중 그가 표하던 아주 일말의 감정을 감각한 듯 하였으나 도통 그 감각이 꺼림칙해 결국은 표출하지도 못하고서 지레 몸을 떨었다. 그가 분노로 인해 경의를 표하는 것들에는 대표적으로 자신이 포함된 인류에 관한 실적들이었는데, 그 전적 중 측근은 과연 한 달이 경과한 이후로 대상의 산림이 개발 지역으로 지정이 되어 그들의 휴양지로 설립될 것이란 전망이었다. 본래 자신은 인간들에게 본연의 모습이 노출되지 않아야 하는 존재라 하였으나 나무가 노화함과 더불어 그가 위치한 곳이 개발되어 사라질 위험이 짐작되었기에 결국 타인의 시선에 보이게 된 바, 그것은 아무 능력이 없는 일반인조차도 쉬이 마주하고서 대화할 수 있는 관계가 되어 여간 위협적인 행적이라는 것이 그것을 줄곧 경험하였을 대상의 처절한 증언이었다.
그렇다면 인간의 역사와 섭리를 걸치며 많은 일생을 보냈을텐데 어찌 본인과 비슷한 나이대의 자취를 형성하고 있는가? 본인은 한참 진지하여 나름 질의한 사항이었으나 그것을 듣는 이의 얼굴에는 곧장 우스움이 만연하여 한참 웃음을 제지하지 못하였는데, 결국 이는 질문한 소년이 불쾌감으로 인해 인상을 구기자 악의는 없었음을 표하기 위해 손을 내젓던 이는 이내 평범한 소년은 이해하지 못할 언사를 짓고서 차츰 나무의 중심으로 등을 기대며 주저앉았다. 그것은 실정 소년이 이해하지 못했을 뿐 대상이 마주하는 인물에 걸맞게 스스로 생김새를 바꾸어 나타난다는 대화였으니, 이를테면 어린 소년과 마주하여 대화할 경우는 영락없는 아린 아이로 보일지라도 그것을 도리어 젊은 여성이 임박하여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또한 그녀와 비슷한 인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자신은 오랜 세월을 세대하여 잔류하였음에도 일정한 나이와 생김새가 없이 꾸준히 변화하는 바, 그러나 소년은 역시 이해하지 못한 채로 단순히 고개를 주억거리며 아는 체를 하려 여전히 필사적이었다.
*
그는 이후 하루의 일과마다 항시 마주하며 줄곧 대화하는 사이로 발전하였으나, 최근은 유독 등하굣길을 삼아 왕래하는 소년 이외로 너비가 큰 지게차를 앞서 들여 평화롭던 분위기 조성에 위협을 준다거나 또한 지역의 주민들과 마찰하여 그의 나무를 한껏 둘러싼 채 싸움하며 시선을 돌릴 한 차례의 여지도 없이 주변이 복잡하여 결국 그는 본연 보이려하던 인간의 형상 외에 자연적인 자취를 뜨고서 은근히 소년에게 대화를 걸고는 하였다. 인간이란 참으로 매정하기도 하다. 충족을 위해서라면 굳이 무엇을 희생해야만 하니. 하루는 동물, 또 하루는 말을 걸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할 것의 형상을 하여 투덜거리는 이를 보며 소년은 줄곧 주목하기를, 결국 나무에만 잔류하여 만사에 개입하지 못하는 그는 도대체 어떠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년은 결코 범례를 숨기지 못하고서 모두가 사라진 이래 재차 본 모습을 드러낸 이에게 질의하였으며 그는 과연 바라보는 이들조차 지칠 하품을 늘어지게 반복하고서 이내 하늘을 가리켰는데, 그것으로 하늘을 응시한 소년은 이윽고 곧바로 비가 내릴 것처럼 막연해진 먹구름을 발견하고서 화들짝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결국 소년은 그가 무엇인지를 확연히 알지 못하고서 누차 헤어지기를 수차례, 다만 그가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이란 대상은 한 지점에 지박되어 벗어나지 못하는 듯 얽혀 날씨와 근린의 정보에 대해 유익하다는 것 뿐이었다.
“그러고보니 한 번도 노인의 모습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게 왜 궁금해?”
“특별한 의미가 있나 싶어서.”
“있긴 하지만 딱히 알려주고 싶지는 않은데.”
어째서? 당황한 소년이 큰 소리를 내어 물음하자 대상은 소리에 민감한 듯 사소히 눈살을 찌푸리며 이내 들리지 않는 엉성한 시늉을 내었다. 그러나 곧장 대답하기로는 그들은 과연 추후가 불분명하기에 동일한 과정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이 원인이라 하였으며 기껏 자신은 윤리를 어긴 대가로 죄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므로 지나친 과장은 보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현 상태에 이른 정황이라 증언하였다. 그 근거로 그는 지레 겁을 먹은 소년에게로 무수히 뻗친 가지들 중 그 하나를 가리키며 유심히 관찰할 것을 권고하였는데, 그것으로 소년이 주의를 기울여 근린을 살피자 과연 무언가에 심히 죄여 패인 자국이 선명한 지지대가 보이며 이윽고 대상이 민감히 반응을 하는 것을 보아 결국은 놀란 소년이 주저앉아 울음을 삼킬 정도로 결과는 짐짓 참혹했던 것이었다.
피차 지역의 정기를 쥐고 있는 이 나무가 제거된다면 무엇이 설립되어도 얼마 지속되지 못하는 바, 나무에 속해서 물정을 한참 응시하고 있던 그는 마침내 겁을 먹은 이후 한참 자신에게 매달리는 소년을 향하여 일말을 물음하였다. 비록 자신에게는 이곳이 사후의 세계라 하니 부정적인 면모 이외 타 감정이 잔류할 수 없으나 대상에게 이리도 모진 정을 준다면 도리어 자신이 소멸된 이후에는 그들을 미워하게 되지 않겠느냐는 질의로써 실정 어린 소년은 이를 듣자마자 큰 겁을 먹고서 울음할 뻔 하였으나 가까스로 달래는 것에 성공하여 결국은 대답을 일궈내는 결과에 이르렀다.
박령도 이전에는 사람인지라, 고작 한 위치에 지박하여 땅이 모질구나, 날씨가 여리구나 하는 것이 전부였으니. 소년은 거의 울 듯한 기색으로 임박하여 나뭇가지로 위장한 그를 앞에 두고서, 한참 울음하던 것을 지켜보던 채 짓궂게 놀림하던 것조차도 막연 과거로부터 우러나오는 것이었으니 결국 소년은 특정인을 지적하여 가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꼬인 대답을 건네며 그 이상의 대화를 함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왜 그러한 결말을 택하였는지는 결코 물음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이 태어나기도 수백 년 전의 일을 거들먹거려 보았자 대상은 그 일말의 자극도 받지 않으며 이내 자약하게 넘어갈 것이 명료하였으니, 소년은 마치 무엇이라도 되물을 마냥 천진한 얼굴을 하고 있던 이를 마주보고서 궂은 자신의 입을 차츰 놀릴 뿐이었다.
“많이 힘들었겠네요.”
그러나 그의 반응은 짐작과 조금 남달랐다. 그는 도리어 소년이 겁을 먹고서 처음 마주하였을 광경처럼 도망질이라도 칠 듯이 짓궂게 웃음을 짓고 있었으나, 울음이 섞인 일말의 언동으로 자신을 마주보며 심히 당황한 채 고개를 갸웃거리던 이는 단박 소년의 면전으로 가까이 다가서고서 어찌 울음을 하는 것인지 이유를 다정히 묻는 것이었다. 허나 본인조차도 영문을 모르고 터져 나오는 울음이 상대라 하여 어찌 알아차리고 달래줄 수 있겠는가. 소년을 마주한 이는 그저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서 한동안 울음이 그칠 때까지 나무에 속하여 한참 이를 바라보다가, 마침내 그가 잦은 훌쩍임과 함께 행동을 그치자 어렴풋 모습을 비추어 언동을 재차 질의하였다.
그러니까 정은 쉽게 주어서는 안 된다니까. 역시 어린 아이에 불과하여 한 차례 앞선 태도로 나무를 끌어안는 소년을 보며 그가 여간 낯선 반응으로 웃음을 짓는 채 소년에게로 임박하여 살풋 머리를 쓰다듬는 행색을 취하니, 처음은 온기도 기척도 없는 것에 일말 당황한 듯 싶었으나 곧 수줍음에 얼굴을 붉히며 차츰 눈을 떠올린 소년은 돌연 대상을 처음 마주하는 듯 당황하고서 고레 소리를 지르던 채 이내 바닥으로 주저앉아 얕은 신음을 내뱉었다. 단 한번 사용한 것인데 설마 통하였을까, 어안이 벙벙한 기색으로 근린을 살피는 소년을 보며 그가 속내로 은근히 기대하는 채 물음하였지만 역시나 인간은 나약한 존재로서 소년은 그것을 절실히 증명하고 있었다.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결코 대답하지 않을 인물이었으나 막상 대상과의 추억에 관한 기억을 얼추 빼앗긴 이를 보며 실정은 조금 서운하였는지, 그저 그는 한두 번을 행색하여 회수하였던 소년의 일부 추억을 돌려준 채 이후 애써 그의 작은 등을 떠밀었다. 사실 소년이 그 이상 나무와 특별한 감정을 취하는 것이야말로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 판명되어 결국 나약한 인물로 낙인 될 것이었으니 소년이 막상 잊어버린 자신의 행적에 겁을 먹고서 돌아가지 못하는 것에도 결국 으름장을 놓아 돌려준 바, 소년은 이래 여러 날을 거듭하여 그와 나누었던 모든 감정과 추억을 망각하고서 단지 나무에 속한 지박령과 마주하였단 사소한 경험 이외에는 단번 남아있지를 않았으니 불과 몇 분 가량동안 삽시 벌어진 일을 홀로 회상하며 돌이키던 이는 이내 고소를 짓고서 돌아갈 소년을 배웅하는 채 다음을 기약하였다. 결국 소년은 무엇이 길이고 무엇이 걸음인지도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갸웃거리며 귀가한 바, 처음 감각한 낯선 감정과 행색으로 지박마저 한동안 넋을 놓고 있었으니 그동안에 기약될 만남들은 모두 고요하거나 또한 미약한 듯 하였다. 도리어 익숙해지지 못한 것은 순간의 변심으로 소년을 실수한 지박 본인 뿐이었다.
한편으로 소년은 여간 기이한 광경의 지박과도 대화하고 싶었으나, 그는 어쩌면 나름 필사적으로 자신과의 접촉을 회피하는 꾸준히 누군가와 대화하려 하고 있는 정황이었다. 하루는 날이 가빠보여 본인이 걸음을 피하였으나 다음을 작정하고 마주한 광경에서는 대화를 요구해도 마치 존재 자체가 없는 것처럼 한참 아닌 체를 하고 있기도 하였으니, 소년은 결국 약이 바짝 올라 질투를 느끼고서 괜히 그와 대화를 하던 이들에게 투덜거리는 과하탁교의 심상이었다. 그것으로 결국 소년은 박령과 대화하는 거리에 임박할 겨를이면 서운하던 것도 잊고서 대력 서너 시간을 길바닥에 주저앉아 대화하고는 하였으며, 간혹 박령은 소년을 바라보는 채 무언가를 직감하는 것 마냥 돌아 세우고서 평상은 제법 능숙하거나 자약한 척을 하였었으나 그 경우는 대화의 주체를 여럿 바꾸며 당혹한 기색을 표할 정도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었다.
“요즘은 무엇 때문에 그리 초조해요?”
“…요즘?”
“네, 이전에도… 그랬던가?”
그는 결코 질의에 대꾸하지 아니하였다. 무엇이 그를 초조하고 급박하게 만드는 지는 본인만이 알고 있을 따름이었으나 그는 쉬이 원하는대로 반응을 해줄 원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결국 소년이 나름 예상하던 겨를로 박령은 단지 턱을 괴고서 흥미로운 시선을 하여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으니, 이윽고는 한참 함구하던 입술을 비집고서 넌지시 내뱉기를 과연 자신과 여태 함께한 전적을 반영하여 자신의 범위 이내에 수용할 수 있는 소원을 한 가지 들어주겠다며 은근히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 소원? 갑자기? 고작 나뭇가지를 들고서 놀음을 하는 것이 가장 즐거울 나이대의 소년이 청구할 수 있는 소원이란 결코 그 따위가 들어줄 수 있는 범위 내에 해당할 것이 아니었기에 단지 사소한 눈치 따위를 살피며 한참 소년이 대답하기를 망설이고 있을 때, 그는 더불어 대화하며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적정기는 오늘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덧붙였다. 그것으로 크게 초조해진 소년이 결국 장난감 따위를 만들어 달라는 머릿속의 반할 이상을 차지했던 상념을 버리고서 답변하기를 앞으로 성장한 이 후에도 줄곧 커버린 자신과 놀아달라는 지극히 사소하며 개인적인 여념의 대화를 내뱉고서 쑥스러워 도리어 홀로 얼굴을 가득이 붉혔다. 대상은 나름 곤란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윽고는 그러한 기색을 감추고서 은근히 고개를 주억거리는 것이, 소년은 그것으로 기뻐하여 발을 동동 구르는 채 차마 직전 하지 못하였던 대화를 덧붙여 그에게로 이르렀다.
잘 부탁드려요. ― 씨. 속내로 실속없이 우러나온 대화였으나 막상 처음 듣는 이름에 몹시 놀란 소년은 이윽고 자신의 입을 틀어막는 시늉을 하며 한참 당혹한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보았다. 그는 도리어 자신마저 망각하였을 이름을 듣고서 한껏 당황한 듯 싶었으나 즉시 전환하여 자약한 표정을 짓는 채 이내 소년에게 돌아갈 것을 권고하였다. 본인의 이름마저 잊었을 정도로 신중하며 무의미하였기에 본인조차 그 실정을 파악할 수 없으며, 기어이 현황은 해가 저물며 날이 어두워지고 있어 오늘은 이내 돌아가기를 일렀으니 한참 입을 틀어막고서 당황해하던 소년도 즉시 수긍하며 이윽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단번에 자신이 넘어왔던 질서 유지선을 다시 벗어나며 집으로 귀가하였다. 앞으로 근 2일 간은 주말이니 굳이 실수를 저지른 와중 찾아가 어색하니 얼굴을 마주할 일은 없겠지. 어찌 되었든 심상은 당장이라도 달려가 아는 체를 만연 하고 싶었으나 역시 겁이 많은 소년이란 그 무엇도 의지대로 행동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으로 소년은 집 밖으로 나서지도 않은 채 홀로 주말을 지내며 월요일이 임박하는 것을 그저 경쾌하게만 기다렸다. 도리어 무엇을 망각하였는 듯이 흡사 공사하는 것과 동일한 소음이 귓전을 두드리거나 두통으로 아려와도, 일말 그 원인을 궁극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서 소년은 결코 집의 오부로 걸음하지 않았다.
*
무언가에 그리도 급박해져 자신은 아침부터 식사 또한 거르렀는가. 소년은 유난히 전날 밤부터 꾼 악몽으로 인해 걸음걸이마저 허름하여 위축되어 있었으니 그 영향으로 누차 주변을 배회하며 불안에 떠는 이를 보며 우려하는 언사들로 초반 남달랐다. 아직 모든 것들의 경험이 무효한 어린 소년이라 할지언정 당장 깨어나기 어려운 악몽에서 마치 자신이 항시 마주하는 이가 죽는 광경을 생생히 마주하는 것은 큰 충격이라, 소년은 가방을 메고서 집을 나서자마자 무작정 그들이 마주하던 나무로 임박하여 달려들며 그 주변을 물색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그것은 막상 낯선 이들이 여럿 물차와 함께 유독 밀집이 되어 주변으로 다가서는 것조차 버거웠으니, 소년은 무엇이 온전한 지조차 알지 못하여 결국 학교로 걸음할 수 밖에 없었다.
현황이 궁금하였다. 무엇이 자신을 초조하게 만드는 지는 겨우 자각하고 있었으나 과연 그것이 현실까지 이르렀을지는 확신할 수 없어, 소년은 결국 점심시간을 통하여 교내 몰래 담을 넘은 채로 무작정 호신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나뭇가지 하나를 들고서 대상이 있을 곳으로 향하여 부리나케 걸음을 달렸다. 과연 그와는 여전히 잔류하여 함께 있자는 소원이 존재하니 아무리 매몰찬 인물이라 하여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서 돌아서는 행색을 보이지는 않겠지. 속내로 한참 기대를 하고서 달린 곳은 다행히 아침의 물색보다 인적이 다소 드물어 외부에서도 형태를 확인할 수 있을 수준이었으니, 소년은 이전 자신의 머릿속을 돌연 잠식하였던 그의 이름을 외치며 무작정 공사장의 내부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도리어 임박하면 임박할수록 보이던 그 청량하며 우렁찬 나무는 어디에도 없이 어느새 눈앞으로 보이는 것은 기어이 밑동만이 남아있는 허망한 존재뿐이었으니 만일 그가 이 상황서 존재하였다면 그와의 소년을 무산시키지는 않은 것이라 장담하며 헛웃음을 짓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