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다자












만개한 봄의 체취에 취해본 적이 있는가. 류노스케는 이른 새벽부터 자신의 머리 위로 드리우는 선명한 여명을 감각하는 이래 차츰 감긴 눈을 떠올렸다. 가령 그는 침전에서 잠을 쉬이 이룰 수 있는 경우가 드물어 두터운 암막 커튼을 겹층으로 덮어둔 채 최소한의 빛만을 투과하였는데, 당일은 어떠한 원인에서인지 타인의 손길이라도 와닿는 듯 수 차례 번쩍이는 기색이 잦은 것으로 결국 소년은 창가로부터 수어 차례 걸음을 멀리한 채 제법 날렵한 몸짓으로 몸을 일으켰다. 이윽고 여름에도 상시 닫아두었던 여럿의 창호로부터는 어렴풋 스산한 바람결이 스며들고 있었으며, 즉각 깨어난 소년의 미동에 반응하며 창가 너머를 향하여 한참 시선을 배회하고 있던 이는 재차 고개를 돌려 소년을 바라보고 있었으니 경계심이 가득하여 이를 바짝 갈고 있던 어린 짐승마저 어느새 유순해지는 기색으로 하여 무심코 사내의 이름을 명칭하고 있었다. 다자이 오사무. 최근 조직으로부터 돌연 종적을 감추며 수배와 추적의 대상이 된 남자. 당최 이 광경이 과연 현실인가 싶어 눈곱이 낀 두 눈을 여럿 문지르며 눈을 끔벅인다거나 평상에는 손도 대지 못하였을 그의 어깨를 향하여 소년은 문득 손을 뻗기까지 하였으나, 과연 사실과 같은 감촉에 류노스케는 과연 대화조차 이루지 못하며 황연히 카펫의 위로 주저앉았다. 이윽고 그러한 소년을 물연히 바라보고 있던 다자이는 그저 당황한 소년으로 하여금 손길조차 일절 건네지 않은 채 고개를 돌리고서 창가 너머를 주시하며 아직 그 무엇도 떠오르지 않은 하늘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과연 새벽 세 시경에 벌어진 물의였다.



미처 잠에서 전부 깨어나지 않은 이에게 자신을 따라오라는 상사에 명령에 이르러 고작 기상한 지 수십 분에 지나지 않던 이는 일전 본인이 추적하고야 말겠다며 야심에 불탔던 대상을 도리어 추종하는 기색으로 돌연 산중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자신의 오기와 자존으로 대상의 추적을 포기한다면 도리어 다시는 마주하지 못할 감각이 그 첫 번째 원인이었으며, 실상 자신은 자존을 부릴만큼 여유로운 인물이 아니라는 단정과 더불어 아직 그에게 묻지 못한 경과들이 무수하다는 것 또한 여러 개의 원인을 가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령 다자이는 소년이 물음할 여지조차 주지 아니하며 차츰 발걸음을 재촉하는 채 삼나무가 만개한 숲길로 드리웠으니, 그 경우부터는 뒷길로 하여금 서서히 곁눈을 행하여 의구가 충족한 소년의 눈을 마주하였다. 이래도 따라올 생각인겐가? 마치 조롱이라도 건넬 심상으로 대꾸하는 이를 바라보며 도리어 일말의 적개심을 감각한 류노스케는 결국 붉어지는 얼굴을 답변삼아 서서히 고개를 여러 번 주억거렸다. 결국 다자이 오사무는 자신에게서 무언가를 기준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소년의 대답에 따라 무언가를 공상하는 듯 주춤 발걸음을 마주어서며 줄곧 상체를 기웃거리는 행위를 반복하였으며, 이윽고는 초라한 기색으로 그의 보폭을 따라 몇 걸음을 물러서있는 소년을 언뜻 바라보며 묘한 조소마저 짓고 있었다. 그것으로 다자이는 재차 등을 돌리고서 몇 걸음을 앞서 걸어가며 일말의 대화조차 함구하고 있었으니, 류노스케는 조금씩 동이 트려는 기색을 따라 차츰 그들의 발걸음이 재촉되고 있음을 감각하며 이른 새벽중 산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어렴풋 미동하지 않던 시침이 어엿 중반을 지나친 가량의 시각으로써, 그들은 수백 개의 삼나무를 감상조차 없이 그저 지나치고 있을 뿐이었다.











오다 사쿠노스케가 죽었다. 그로부터 이윽고 닷새의 시간이 흐르렀다. 시초 류노스케에게 죽은 대상이란 가령 당시 고갈되었던 자신을 충족하여줄 과정의 일부조차 되지 않았기에 차츰 단 한 사람만이 아닌 죽음을 쉬이 무마하고 있었으나, 같은 인물을 다른 결과로 치중하던 다자이만은 전혀 개별적인 언동을 취하며 보스에게 반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소리가 작고 미흡하였기에 결국은 하루조차 이르지도 못하고서 분산되었으며, 더불어 사건을 앞서 해결하던 이에게 근신에 이르는 다소 묵중한 처벌이 내려졌으니 직후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이는 과연 급격히 메마른 안색을 취하고서 직전까지 발끈하였던 모든 언동들을 타당하다는 듯 행하기 시작하였다. 도리어 그는 상부의 명령을 받고서 자신을 엄호하거나 혹은 감시할 이들을 질책하며 나무라기 시작하였으며, 죄를 이행중인 인물이 반발할 시 발포를 허락하였던 명령을 잣대삼아 무기를 빼앗아 로비로부터 험악히 난사해버렸으니 그 뒤로는 홀연 종적을 감추어 사소한 행적조차 과연 들리지 않았다. 



모리 오가이는 치밀하고 잔혹하였다. 그렇지 않았다면 평상 손에 피를 묻히고 다닐 직업을 지니면서도 자약히 글을 쓰고자 하는 진부한 그는 안중에도 없었을테지. 그것은 실상 다자이마저 명백히 감각하고 있던 사실이었다. 도리어 과정 중 소년만이 몰랐을지도. 어느새 열 댓 걸음의 보폭을 늘려가며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다자이를 향하여 류노스케는 재차 악착같이 그에게로 손을 뻗으며 신음하였다. 다자이는 기어코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는 채 주변을 둘러 물기가 어린 진달래의 가지를 꺾어 자신의 손아귀에 쥐어 보이며 용케도 여유를 부리는 듯 하였으나, 류노스케는 그 찰나를 노려 발걸음을 재촉하고서 점차 그에게로 임박하였다. 그러나 그는 굳이 과장한 행색을 하고서 꽃등을 꺾어 지친 기색이 역력한 소년의 귓가에 어렴풋 매김하였으니 역시 정황부터 모순되는 것이 빈번한 이의 광경에 결국은 큰 폭소를 일말 터뜨렸다. 앞으로 조금만 더 걸으면 될테니까. 아직 이슬이 마르지 못하여 습윤한 꽃가지가 자신의 귓가에서 연신 미동하는 것을 감각하며 류노스케는 차츰 그의 손길에 매달렸던 꽃가지를 손아귀에 꼭 쥐고서 다시 걸음하기를 반복하였다.




류노스케는 다자이 오사무가 사쿠노스케를 처음 마주하였을 때에야 비로소 그가 사물을 감각하고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잠정하였다. 사쿠노스케란 순진을 넘어선 천진함마저 느껴져 시초 처음 마주한 그를 경계하였던 다자이마저 당황하여 일말 방랑한 전적이 있었으며, 도리어 그의 눈치와 텃새가 없는 행적들은 결과적으로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만한 과정으로 개연된 경우마저 존재하였다. 어쩌면 다자이 오사무는 그의 담백하고 진중한 행적들에 흥분한 것이 아닐지하는 추측마저 가정되었으니 실정 그는 필히 사쿠노스케를 동경하며 은애하고 있었던 것이라 소년은 기어코 단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것으로 류노스케는 그와 흡사한 사람이 될 성이었다. 지칠 즈음에야 기어코 보였던 등을 돌리며 자신과 동등한 광경에서 시선흘 마주할 수 있는 그러한 존재로 잔류하여 언젠가는 동행하는 것을 장황히 바라어왔으나 결국 그는 자신을 방치하고서 벗어나는 것을 기원하는 인물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리도 복잡하게 홀로 생각하며 결론하니 기어이 머릿속은 혼잡하여 마치 여럿 어린 아이들이 발을 구르며 뛰어다니는 것만 같은 느낌을 감각하였으나, 소년은 마침내 한 장소에 이르러 자신의 손바닥으로 기어이 하늘을 가리려드는 다자이를 바라보며 이윽고 자신마저 걸음을 멈추어선 채 시선을 따라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아. 지금이다. 차츰 막연하던 하늘이 개어 아침의 여명이 떠오르는 것을 바라보던 소년이 다소 어색한 안색으로 시선을 회피하고서 막상 안색을 찌푸리자, 도리어 절벽의 인근에 자리하여 주저앉던 이는 마치 개운한 듯 연신 기지개를 켜는 이래 흙길을 향하여 몸을 드리뉘었다. 과연 그는 이러한 광경을 보여주려 의도한 것인가. 그때서야 어렴풋 제법 정신을 차린 안면으로 볕뉘를 언뜻 바라보고 있던 류노스케가 일말 잠재적으로 감탄을 반복하자 소년의 반응을 꽤나 흥미로운 듯 응시하는 이는 이내 고개를 들며 짧게 소년의 이름을 명칭하였다. 그의 작위적이며 위화적인 음성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과거로부터 벗어날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사람을 구하는 일을 할 거야.”




참으로 융통성이 없으며 또한 공백감이 가득한 언사였다. 마치 당일도 평상과 다름없이 익숙한 일과 중 그 일부였다면 대상의 발언을 실속과 더불며 간사위가 없다며 도리어 한참을 지적할 요령이었으나(실상은 불가에 임박했다), 어린 소년에게 있어 그의 소신은 결코 농간에 범접할 수 없는 무게를 쥐고 있었기에 결국은 놀라 지레 겁을 먹은 채 대답을 함구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째서, 당최 무엇을 원인으로? 박빙이 되어 그 일말의 대화조차 입 밖으로 선뜻 꺼내지 않는 소년의 기색을 보며 마치 예상했다는 과장된 거만을 피우던 다자이는 절벽 너머로 뻗었던 자신의 다리를 거두어 품 안으로 가득히 손길을 취하였다. 이윽고 소년이 제안하는 것은 한 가지의 방안으로써 이전의 자신은 도리어 소실되어 버렸으니 앞으로의 자신과 놀음할 수 있는지의 여부와 더물며 마치 그것은 여전히 자신을 신뢰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의와도 동질화되었으니 류노스케는 결코 부정하지 않고서 독단 고개를 연신 주억거리며 낯선 환희에 만개하여 있었다.




그들의 너머로 한 차례의 여명이 재차 내비치며, 다자이는 그 따스함에 일말 눈살을 찌푸리는 채 어렴풋 미소짓고 있었다. 그러나 단지 그의 웃음만은 이해하지 못하여 우두커니 그를 바라보고 있었으나, 다자이는 도리어 결코 작위적인 행색이 아닌 나잇대에 걸핏한 천진한 웃음을 짓고서 서늘한 바람을 만끽하였다. 소년은 당황하였으며 대상은 마치 소년의 반응에 제법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것이었는지 연신 실소를 그치지 않았다. 아직도 나를 따라온 것을 후회라도 하고 있는 것인지. 자신을 마주하는 그의 눈빛은 실정 이리도 강연히 이르고 있었기에 류노스케는 굳이 시선을 피하지 않고서 어렴풋 고개를 주억거리며 발길질을 해대었다. 이 모든 아침의 물의는 자신에게 나름의 특별한 작별을 고하고자 행한 그의 독단적인 행위라는 것을 잠자코 감각하고 있었으나 과연 쉬이 잡고 늘어지지를 못할 상심에 소년은 단지 그의 곁을 자리하고서 따라 하늘을 마주하는 채 다음 기약을 억지로 매김하고 있었다. 그들의 머리 위로 일부 잔류하던 어둠은 어느새 사라지고 난 이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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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쓰고자 하는 취지에서 적어내린 글입니다.

이 후의 전개도 쓰려고 했으나 역시 제 필력으로는 무리네요... (절망)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척 심심하다고 느끼셨다면 정답이에요... (소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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